매번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토요일과 일요일에 Seattle Makers Market이 열린다고 릴스를 보곤 했다. 로컬 아티스트들의 작품들을 판매하는 작은 가게인데, '가봐야지~'하다가 이제 슬슬 봄이 오는 기운에 힘입어 아들과 릴리와 함께 외출했다. 집에서 30분이 채 안되는 곳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맘먹고 가는게 어려운게 아닌데도 왜 그렇게 나서기가 힘이 들었는지...!
자세한 행사 정보는 : https://bigwhaleconsignment.com/pages/events
시애틀에 사는 로컬 사람들은 대부분 알고 있지만, Aurora 길이 딱히 좋은 동네가 아니어서 발걸음이 좀 주저되는게 사실이다. 좋은 동네가 아니라는 말도 너무 부드럽다. 시애틀의 다운타운에 가까워져 갈수록 어떤 동네들은 다니기가 좀 불쾌해지기도 하는데, 뭐 어쩔 수 없다. 예전에 SOHO Flea Market에 Vendor로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도 스타벅스 본사 건물 앞에 좀 후질근한 동네에서 그런 행사를 개최했었다. 그러고보면, 시애틀 다운타운 내에서 저렴한 가격에 장소를 임대할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이 그런 곳 밖에 더 있겠나 싶다.
Big Whale Consignment에서는 옆에 Emerald Smoothie가게 근처 아무데나 차를 주차하면 된다고 안내가 되어있기는 한데, 바로 맞은편이 커다란 몰이라서, 아무데나 주차하고 횡단보도를 건너 이 가게로 걸어들어가면 되니 사실상 주차 걱정은 없다.
미국 매장들이 보통 그렇듯이, 겉에서 보기엔 별로 매력적이지 않으나 막상 들어가면 괜찮은 곳들이 많다.
여기는 마치 숨겨진 작은 보물상자처럼 아기자기하게 아티스트들의 작품과 그들의 소개가 진열되어 있었는데, 하나 하나 들여다보는 재미와 '이 아이템을 만들기 위해서 얼만큼의 시간과 얼마의 제작비가 들었을지'를 짐작해보는 재미가 있었다.
각각 색다른 장르와 느낌으로 아티스트로 살아가는 그들의 삶이 나로 하여금 다시 가슴 뛰게 하는 에너지를 받고 왔다.
이것 저것 구경하다가 스시 모양의 헤어핀이 너무 특이하고 이뻐서, $14 주고 구입해왔다.
요즘들어, 내가 나이 들어가며 주변의 아프신 분들을 보다보면 '얼마 남지 않은 인생'에 대해 종종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되고, 현재에 감사하는 마음이 생긴다. 그러면서, '아티스트로서의 삶'을 마음 깊숙히 동경하는 것이 남아있는 나는 어떻게든 그걸 끄집어 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고 왔다.
오랜 시간 클레이로 미니어처를 만들었는데, 회사 생활 시작하면서 접은지 벌써 만4년이 넘어버렸다. 손과 마음이 굳어버렸을까봐 겁이 난다. Etsy에서 팔던 물건들을 생각하면 참 재미있었는데... Big Whale Consignment에 아티스트로서 참여를 하기 위해서라도, 나의 아트 비지니스 셋업을 꼭 해야겠단 생각을 하고 돌아왔다.
덕분에 이번 주말엔 도메인 구입과 ecommerce 세팅을 위해, 오랜만에 컴퓨터 앞에 앉아 머리를 굴리고 공부하며 끄적이고 있다. 예전에 여러번 온라인 쇼핑몰을 열었다가 닫았었는데 이번에는 shop이 준비가 되면 계속 끌고 가봐야겠다. 장기적으로 볼 때 Etsy보다는 내 ecommerce 사이트를 운영하는 것이 더 이득이라는 계산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역시 이런 곳에 다녀오면, 새로운 자극과 인사이트를 얻게 되어서 좋다.
"내 안의 잠자는 아티스트의 기운을 다시금 끌어올리기. 그리고, 내 인생을 떠벅 떠벅 걸어가기."